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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족 동반자살, 복지 헛점 드러낸 '사회적 타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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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낙산사복지재단 댓글 0건 조회 2,259회 작성일 12-02-20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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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초 46살의 일용근로자가 한 살 아래인 장애인 동생과 함께 아파트 11층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그는 “장애인 동생을 보살피는 게 너무 힘들어 살고 싶지 않다”고 유서에서 밝혔다.

지난달 31일 다세대 주택에 살던 대학교수 부인(40)이 자신의 아들(6)·딸(7)과 번개탄을 피워 놓고 동반자살했다. 박씨는 2년전 대학입시 학원 강사를 그만두면서 우울증을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가족 동반자살은 올들어 2월 중순까지 벌써 5건이 발생했다. 외환위기 이전인 1996년 10건에서 2006년 33건, 2011년 37건으로 매년 증가추세에 있다.

동반자살 개인적 이유만으로 돌려선 안돼

한국의 자살자 수는 인구 10만명당 31.2명으로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1.3명보다 3배 가까이 많아 세계 1위다. 여기에 더해 가족 동반자살도 크게 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한국은 '자살 공화국'의 오명을 쓰고 기네스북에 오를지 모른다. 특히 동반자살이 크게 느는 것은 의사결정권이 약한 어린아이나 장애자 가족이 부모나 형제 등에 의해 죽음의 동반자로 강제돼 사실상 '타살'되는 점에서 문제다.

한국의 자살률이 높은 것은 치열한 경쟁, 경제적 양극화 심화, 가족 해체와 우울증 등 정신질환의 급증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독 한국의 가족 동반자살이 많은 이유로 가족의식이 강하기 때문이라거나 동반자살 주도자들의 우울증 탓으로 치부할 수 만은 없다. 가족 동반자살에는 개인적인 자살보다 경제적인 동기가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벼랑끝 계층 사회안전망을 최우선해야

즉 동반자살 주도자들은 '내가 세상을 떠난 후 내 자식들(혹은 장애인 동생)이 어떻게 이 험한 세상을 살 수 있을까'를 우려했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약자들이 인간적인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만성적 생활고나 사업 실패 등으로 생활수준이 급락할 경우 여기서 벗어날 사다리도 빠른 속도로 없어지고 있다. 이는 왜 다른 가족 구성원까지 죽음으로 몰고 가느냐며 동반자살 주도자들의 윤리적인 면만 비난할 수 없는 이유다.

가족 동반자살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정부나 정치권은 '벼랑 끝에 처한 계층'에 대한 배려에 나서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든 기본적인 의식주의 수준을 보장해주며 재기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 확보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이를 갖춰야 한다. 이에 관한 한 복지포퓰리즘이니, 과대 복지니 하는 논란은 한심하다. 이를 게을리하는 정책결정자들은 '사회적 타살'의 주범으로 비난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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